보자마자 마음이 맞는 친구가 있는 한편 제가 날 친구로 여기나? 좋아하나? 라고 생각되는 사람들도 있다, 친구라 여기기 전까지 말이다. 그러다가도 오래오래가고 기회가 되면 연락이되고 만나고 하는 그런 친구. 내가 더 잘해 주어야 할 텐데라는 미안한 생각마저 드는 친구. 스탠리. 미국에서 온가족을 데리고 토쿄까지 왔는데 부인과 아이들을 디즈니랜드에 보내고 나와 시간을 보내고 싶다한다. 정말?
자기가 가고 싶은 재즈카페가 있는 신쥬코로 가자며 근처 라멘집을 소개시켜달라는 것이다. 정말? 나의 데이터베이스가 빛을 발할때이다. 그간 선별해 놓은 라멘집중 역과 가깝고 재즈카페와도 가까운 푸운지를 골랐다. 많은 여행객도 이젠 알아서 찾아오는 곳이지만 일단 지역 주민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라 기대에 찬채 발길을 향했다. 개인적으로 즐겨찿는 돈코츠와 보니토가 믹스된 국물을 사용하고 굵은 면까지 주는 그런곳이다. 미리미리 공부해 준비해 둔 나에게 흐뭇한 미소를 보내며 그에게 그런 맛의 라멘인데 곤찮겠냐 물었더니 흔쾌히 오케이 싸인을 보낸다. 사전 검색상 개점전에 미리가야 깆눌을 피할것이라는 정보가 있었다. 진짜 토쿄의 맛집은 예외없이 점심시간경 개점시간이 지나면 줄을 피할 수가 없다. 게다가 사무실이 즐비한 곳의 가게라면 흰셔츠, 곤색바지의 샐러리맨과 작은 클러치나 휴대폰을 한손에 든 여성직장인들의 줄을 인내하여야 할것이다. 15분전 일찍 도착한 우리는 너무 이른가 의아해하며 아무도 없는 가게앞에서 동네 구경이나 할까 하고 5분쯤 자리를 비우고 왔더니 두세명이 길건너편에서 줄을 선채 기다리고 있었다. 제일 순위를 놓친 셈이었다. 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줄을 서야하는지 몰랐던 우리로써는 되려 잘된일이었다. 오프닝시간이 가까워지자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게 10여명 이상 우리 뒤에 줄을 서있었다. 다행이다. 드디어 가게문이 열리고 한 사람씩 자동판매기에서 본인들이 먹을 음식을 골라 티켓을 받았다.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기이한 경험을 했다. 아직까지 겪어보지 못한 경험. 일본이어서? 토쿄라서? 가게안의 의자가 모두 차이자 그뒤로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이 앉아있는 손님과 벽사이를 두고 한사람씩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대기 장소가 앉아있는 손님 바로 뒤였던 것이다. 아이쿠, 얼렁드시고 일어나 주세요 하는듯 하다며 킥킥대고 웃었다. 개인의 공간을 최대한 존중하는 미국의 문화와는 아주 상이한 상황이었다. 희한하게도 기다리는 사람들은 어떤 접촉도 피하겠다는 것이지 시선을 멀리한채 기다리고 들 있었다. 하기야 배고픈데 남 먹고있는 모습을 보기도 그렇고 나름 그런식으로 개인공간을 존중하려하는듯 했다.
구수한 돈코츠의 향과 보니토국물의 담백한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맛이었다. 약간 짤 수 있었겠지만 굵은 면과 먹기에는 안성맞춤! 면의 탄력과 식감은 어느곳 못지 않게 훌륭하다. 늘 좋은 식감과 양질의 면을 먹다보면 뭐라고 딱 평하기가 그렇다. 그냥 맛있는 건데 더 이상 무엇이 중요할까? 맛없는 면을 까끔씩 먹게되면 안다. 오래된 밀가루로 빚었는지 빚은지 오래된 면인지 군네가 나는 심하게 안좋은 면이 있는가 하면 금방 만들어 모든게 산뜻하고 먹기 너무 편한 그러면서도 균형과 조화가 잘 잡힌맛. 결국 그것이듯 하다. 스탠리도 아무말 없이 한그룻을 해치운뒤 뒤에 서있는 배고픈 손님들이 불쌍하다며 나보다 빨리 자리를 비웠다. 등뒤에서 자기를 향한듯한 시선이 따가웠나,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극진했다. 나도 그를 따라 나섰다. 연방 Thank You!를 외친다. 좋은 식사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되어 넘 좋단다.
10여분을 걸어 CD가게를 들렸다. DISK UNION이라는 중고가게인데 토쿄각지에 가게를 갖고 있는 커다란 체인스토어이다. 내수시장이 어마어마한 탓에 중고시장도 일본은 활발하다. LP도 다루는 가게도 부러울 정도로 많다.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보물을 찾듯 좋은 가격의 음반도 가끔씩 만난다. 그가 찾은 곳은 2, 3층의 재즈 섹션이었다. 나도 즐기는 음악인지라 별로 지루하지 않게 이것저것 둘러보았다. 젤 좋아하는 재즈 뮤지션이 John Coltrane의 유럽 공연 CD가 눈에 띄였다. 주저없이 구입을 했다. 그도 대 여섯개를 구입하고 재즈카페로 다시 발길을 옮겼다. DUG 카페는 재즈 뮤지션을 전문으로 촬영하는 사진작가가 운영하는 카페이다. 황금기였을때는 연주장소로도 이용되었었는데 현 장소는 협소해서 음반만 틀어주고 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흡사 다자이의 인간실격에 나오는 허름한 긴자의 바로 들어가는 듯한 묘한 감정이 들었다. 분명 같은 곳은 아니지만 안에서 뭔가 소설같은 일들이 벌어질것 같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자리를 잡고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새로 산 Coltrane의 CD가 생각나 점원에게 개인 음반을 틀 수 있냐고 물었다. 재즈음반이라면 괜찮다고 하더니 이내 내 CD를 보고 훌륭한 음반이라며 칭찬을 하고 틀어주었다. 카페안 Coltrane의 Saxophone이 울려퍼진다. 바텐더 뒤로 보이는 여러가지 위스키가 보인다. 이 친구 또한 위스키를 아주 좋아한다. 퇴직하면 위스키바를 열고 싶다며 포부를 말한다. 뒤에 마눌님이 허락한다면...이라고 말끝을 흐린다. 이번 여행에 사케(청주)를 소개시켜주기도 했다. 말만 듣고 또 좋은 사케를 접해 보지 못한 탓에 그간 또 나름 닦아 놓은 나의 지식과 선별력으로 어줍잖게 골라 마셨던 사케에 크게 감동했었다.
나베시마 뉴문, 아라마사 S type, 카제노모리 그리고 시치다 까지. 유아럭키투노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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